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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책(출장가서 책소개)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

by 큰달 2020.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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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때는 .. 음 그러니까 결혼하기 전까지는 집에 대해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어떤 집에 살고 싶은지, 무슨 지역에 살고 싶은지. 관심도 없었다. 그랬던 내가 결혼을 하고 돈에 맞춰서 여기 저기 옮겨살다보니 집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이상하게도 내가 사는 집은 물이 문제가 많았다. 윗집에서 수도관이 터지거나, 우리집에 녹물이 심하게 많이 나온다거나, 때론 우리집 수도관이 터져서 아랫집에 피해를 주거나 했다. 아주 지긋지긋했다. 유독. 아이가 생기자 최소한의 하자가 없는 집이 필요했다. 그러면서 참 이사를 짧은 기간에 많이 다녔다. 

언젠가부터 머리 속에 나만의 공간을 조금씩 그려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화장실은 이랬으면 좋겠고, 큰방, 애들방, 거실, 마당.. 건축에 대해서 전혀 몰라서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가면서 완성된 집모양까지 그려보진 못했지만 이사를 많이 다니면서 나름대로 기준이 생겼다. 그리고 목표도 생겼다. 둘째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꼭 우리만의 집을 짓겠다. 아! 물론 내가 직접 짓겠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만의 공간을 갖는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나는 아파트에서 벗어나고 우리만의 공간을 가지고 싶은 이유가 또 있다. 집을 투자나 투기이 목적으로 보는 것에서 벗어나고 싶다. 다른 친구들이 자기 집이 얼마 올랐네, 떨어졌네 하는 이야기에 빠지고 싶다. 돈은 많이 벌고 싶고 멋지게 쓰고도 싶지만 난 내가 필요한 공간의 집만 한채, 건실하게 있으면 그만이다. 부동산 투기에 쏟을 에너지를 조금 더 생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것에 쓰고 싶다. 

그래도 여기까지 나의 생각은 그냥 막연한 생각이다. 내가 짓고 싶은 집도 머리 속에만 있지 직접 종이에 대고 그려본적이 없다. 그러던 중 내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컨텐츠 중 하나인 '출책-출장가서 책소개하는 시간'을 촬영하다가 좋은 책을 추천을 받았다. 

youtu.be/KzxGvE5I1dA

피식대학 김민수와 함께한 출책

위 영상은 요즘 잘 나가는 유튜브 채널인 #피식대학 멤버인 김민수가 추천한 책이다. 그는 이 영상에서 아주 짧게 승효상 선생의 책을 언급했다. 하지만 그가 짧게나마 언급한 그 말 속에 이 책에 대한 좋은 느낌을 아주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인터뷰를 하면서 나 스스로에게 놀란 것은 내가 그렇게 수년간 집을 짓고 싶다고 했으면서 집을 짓는 건축가의 책을 한권도 읽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부끄러웠다. 

촬영이 마무리가 되고 집으로 돌아와서 바로 주문했다. 그리고 다른 읽고 있던 책을 멈추고 바로 읽었다. 책은 모 신문사에서 연재한 글을 모아서 펴낸 책이다. 저자인 #승효상 선생에 대해서는 내가 이 페이지에서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보다 나무위키에서 확인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승효상에 대해서

 

승효상 - 나무위키

대한민국의 건축가.

namu.wiki

책은 승효상 선생이 생각하는 건축가, 건축, 건축과 사람, 건축과 사회 등 건축과 연관해서 그의 철학과 관점을 써 놓았다. 그 중에서도 '직능'이라는 단어다. 직능. 김민수와의 인터뷰에서 김민수가 언급한 부분이다. 직업적인 능력, 이 능력에는 기본적인 자질과 자세를 포함한다고 볼 수 있다. 아마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직능'이라는 단어와 만나게 되면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위의 내용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로 유명한 유홍준 교수의 집을 설계했는데 그 집 이름을 유교수가 '수졸당'이라고 지었다는 이야기다. 저 부분에서 나는 '대교약졸'이라는 말이 눈에 들어왔다. '큰 기교는 서툰 것만 못하다' 그렇다. 나도 그렇다. 영화를 한답시고 시나리오를 쓸때면 늘 많이 채우려고 한다. 두고봐라 아주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해줄 것이다! 이런 다짐이야 그 자체로는 좋지만 막상 글을 쓰다보면 내용보다 욕심이 먼저 앞서 무리하게 글에 기교를 부린다. 문장은 길어지고 쓸데없는 은유와 묘사로 지저분 해진다. 차라리 서툴러서 조심조심 단백하고 정갈하게 쓰는 것이 더 좋다. 

우리가 TV에서 사극 드라마를 볼 때 마을에서 흘러가는 천에서 아낙네들이 모여앉아 빨래를 하는 모습. 그리고 마을 한가운데 있는 우물에서 먹을 물을 떠가는 모습. 바로 그것이 우리가 쓰고 있는 '동' '동네'라고 한다. 승효상 선생은 새로운 도로주소를 사용하게 되면서 '동'이 없어지는 것에 안타까워 하고 있다. 

 위 문장은 나도 너무나 와닿는 글이다. 10수년을 건축을 하고 자기 작품을 하겠다고 나옸는데 자기의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황이다. 나도 그랬다. 조감독 생활을 몇 작품하고 이제 내 시나리오를 써서 데뷔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글이 써지지 않았다. 막연한 구상만 있었지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지 몰랐다. 그저 당시에 유명한 감독님들의 위대한 작품을 모방하려고 했을 뿐이었다. 스타일과 비주얼만 있었지 내용이 없는 것들이었다. 응용도 없었고 자료조사도 없었다. 그냥 내 머릿속에서 모든 것을 생산하려는 좁은 시야로 글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깨닫고 나도 4년 정도 큰 방황의 시기를 겪었다. 영화도 못보겠고, 음악도 듣기 싫고, 영화현장도 떠나 다른 일을 하게 됐다. 아이러니 하게도 다른 일을 하게 되면서 영화 시나리오의 아이디어가 많이 떠오른 것이다. 

건축가는 건축주의 꿈을 실현해주는 일이 건축가의 직능(본분)의 목표라고 한다. 그리고 그게 다일까? 나도 그렇다. 나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 그 속에는 역시 이 사회와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이여야 할 것이다. 장르는 상관이 없다. 나의 직업에 대한 직능의 목표는 무엇일까?

책에는 '침묵의 세계'와 '인간과 말' 이라는 두권이 책에 대한 소개가 나온다. 그리고 말과 글에 대한 승효상 선생의 생각도 있다. 그 부분이 나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었다. 말. 나는 사람들과 대화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말을 또 잘 하고 싶다. 여기서 잘 하고 싶다는 것은 조리있고 논리적으로 반듯하게 하고 싶다는 것인데. 이 책을 통해서 보면 그런 말은 글로 비교 했을 때 싸구려 말하기가 아닐까 싶다. 

읽을 책을 산더미인데 두권을 책을 온라인 서점 카트에 넣어놓았다. 조만간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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